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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바주카포 쐈지만…`탄약 소진` 걱정에 시장 안절부절(모셔온 글)

김철중법무사 2016. 3. 11. 20:39
◆ 신음하는 유럽경제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별명은 슈퍼 마리오다. 디플레이션 파이터로도 불린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며 미국 연준식 양적 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강력하고 비전통적인 통화 완화를 통한 부양 조치를 전방위적으로 시행해 유로존 경제를 침체 늪에서 건져내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에 대한 시장 신뢰는 강력했다. 이 때문에 경제가 삐걱거릴 때마다 시장은 드라기 총재 입만 바라봤다. 그때마다 드라기 총재는 화답하듯 경기 부양 바주카포를 쏘아댔고 시장은 아드레날린을 맞은 것처럼 반등했다. 하지만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유로존 경제는 비틀거리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ECB가 지난해 12월에도 추가 경기 부양 조치를 내놓는 등 천문학적인 돈 풀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 경제는 좀처럼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탈출 속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유로존 경제는 전 분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올해 들어서도 가파른 중국 경기 둔화 불안감과 저유가 쇼크 지속 등으로 산유국과 원자재 수출국 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유로존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0.2% 감소했다. ECB는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을 당초 1.0%에서 0.1%로 확 낮췄다. ECB가 목표로 하는 2% 물가상승률은 고사하고 자칫하면 오히려 물가가 떨어져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배경이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수개월간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0.6%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단기적으로라도 통했던 ECB 통화정책 약발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기 총재는 10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초강력 통화 완화책을 내놨다. "이 정도면 시장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드라기 총재가 자신할 수 있을 만큼 동원 가능한 모든 조치를 내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로존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초과지불준비금(예치금)에 적용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0.3%에서 -0.4%로 더 낮췄고 양적 완화 규모도 30% 이상 늘린 월간 800억유로 수준으로 확대했다. 또 자산 매입 대상도 기존 국채 외에 비금융회사 회사채까지 포함시키고 은행권 유동성 확충을 위해 저리로 장기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까지 새롭게 시행하는 등 드라기 총재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은 드라기 총재가 기대했던 대로 움직였다. 유로화는 급락하고 증시는 급등했다.

하지만 추가 부양책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드라기 총재가 '은행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면 금리를 원하는 만큼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노"라고 일축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드라기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밝히면서 시장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ECB 정책 수단이 소진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퍼졌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ECB가 부양책을 발표한 직후 유로당 1.0821달러까지 하락했다가 드라기 총재 기자회견 이후 급반등해 유로당 1.1217달러까지 급등했다. 통상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를 시행했는데 유로화 가치가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 1월 29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선언한 뒤 오히려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강세를 이어갔던 상황이 재연되면서 시장 혼란이 커졌다. 독일 닥스지수는 3% 가까이 올랐다가 곤두박질친 뒤 2.3%나 떨어졌고 프랑스 CAC40지수도 전날보다 1.7% 하락했다.

일각에선 드라기 총재의 말실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핵심은 ECB 통화정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항상 효과적인 게 아니다"며 정책적 한계를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제는 그들(중앙은행)이 매직 파워를 잃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는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ECB의 이번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가 마지막이 될 것이며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말을 맞았다"고 진단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로스는 "세계 통화정책 경로가 빠르게 닫히고 있다"면서 "선진국 시장 채권 금리가 바닥을 쳤다"고 분석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11일 "ECB가 예상을 뛰어넘는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유로화 가치가 오히려 올랐다"며 "ECB 정책 발표 이후 유로화 대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연준이 15~1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소 매파적 기조를 띨 가능성도 생겼다"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강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