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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절차의 하자

김철중법무사 2012. 7. 26. 19:50

Ⅰ. 서설

1. 절차상 하자의 의의

행정입법·행정행위 등 행정청에 의한 모든 공법적 작용은 적법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적법요건에 절차요건이 포함됨은 물론이다. 여기서 행정청이 각종의 공법적 작용을 함에 있어 절차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경우를 절차상 하자라 부른다.

2. 절차상 하자의 특성

행정절차는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행정절차는 행정결정의 법률적합성·합목적성의 보장을 확보하고 행정절차에 관계하는 자들의 권리를 보장·실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데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행정절차상의 하자에 행정실체법상의 하자와 동일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곤란하다.

3. 절차상 하자의 사유

절차상 하자의 유형으로 법령상 요구되는 상대방의 협력이나 관계행정청의 협력의 결여,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절차의 결여, 이유제시의 결여, 송달방법의 하자 등을 들 수 있다. 결국 개별법률 또는 행정절차법에서 행정절차상 요구되는 각종 절차의 결여가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


Ⅱ. 하자의 효과 

1. 명문규정이 있는 경우

입법례에 따라서는 절차상 하자의 효과에 관해 일반적 규정을 두기도 하지만(예를 들면, 독일행정절차법),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 일반법은 없다. 다만 개별 법률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 처분의 효력에 관해 명문의 규정을 두기도 하나(예를 들면, 국공법 제13조 제2항 ‘소청사건을 심사할 때 소청인 등에게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한 결정은 무효로 한다.’),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2. 명문규정이 없는 경우

(1) 문제점  

절차상 하자의 효력에 대해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 행정절차상 하자에 어떠한 효과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의 대립이 있다. 과거에는 기속행위의 경우에만 절차하자의 독자성 위법성을 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으나, 최근에는 기속행위이든 재량행위이든 절차하자의 독자적 위법성을 논할 실익이 있다고 본다.

(2) 절차상 하자의 독자적 위법사유 인정여부

1) 학설 

소극설 : 절차상의 하자만을 이유로 당해 행정행위를 무효로 보거나 취소할 수 없다고 보고 그 논거는 행정청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재처분 하여도 여전히 전과 동일한 처분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단지 절차상 하자만을 이유로 당해 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행정경제에 반한다는 것이다.

적극설 : 절차상 하자로 취소된 후에 행정청이 재처분을 하는 경우 전과 다른 처분이 행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독자적 위법 사유가 된다고 보고 있다.

절충설 : 기속행위와 재량행위를 구별하여, 기속행위의 경우에는 절차의 하자가 독립된 위법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재량행위의 경우에는 절차의 하자가 행정청의 실제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독립된 위법사유가 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2) 판례   대법원은 ①재량처분인 영업정지처분을 청문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하거나, 거쳤다고 하여도 절차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행한 경우(대판 1991.7.9, 91누971)와, ②기속행위인 과세처분을 이유부기 없이 행한 경우(대판 1984.5.9, 84누116)에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적극설의 입장이다.

3) 검토   행정절차법은 강행규정이라는 점, 행정소송법 제30조 제3항이 취소판결의 기속력과 관련하여 ‘신청에 따른 처분이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적극설이 타당하다.

3. 절차상 하자의 위법성의 정도 

(1) 문제점

절차상 하자가 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절차를 둔 입법취지, 입법목적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즉, 무효인지 취소인지 구별은 통설과 판례의 견해인 중대명백설에 따라 절차상 하자로 인한 행정행위 자체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이하에서 절차적 하자의 종류에 따른 구체적인 고찰을 하도록 한다.

(2) 구체적 고찰

1) 필요한 공고 또는 통지를 결한 행위   특허출원의 공고 없이 행한 행정행위, 수용할 토지 세목의 공고 또는 통지없이 한 토지수용, 독촉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조세체납처분 등과 같이 이해관계인들에게 권리 주장, 이의신청 등 자기이익의 보호를 위한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고 행한 행정행위는 무효이다.

2) 필요한 이해관계인의 참여 또는 협의를 결한 행위   체납절차로서 재산압류에 있어 체납자 등의 참여와 같이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 행정행위를 행하기 전에 이해관계인의 참여 또는 협의를 요구하는 경우 그 절차를 결한 행정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3) 필요한 청문 또는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아니한 행위   이에 대해 법상 요구되는 청문 또는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고 한 행정행위는 무효라는 견해와 취소할 수 있는데 불과하다는 견해 등이 있으나, 무효·취소의 구분기준에 대한 중대명백설에 따라 청문절차 하자의 정도와 행정행위 성질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판례는
청문을 결여한 경우 과거에는 무효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취소사유로 보는 것이 주류적 입장이다(대판 2004.7.8, 2002두8350).

4) 이유부기의 흠결   청문절차와 마찬가지로 통설과 다수설의 견해인 중대명백설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행정절차법 시행 이전 개별규정에 이유부기가 있는 경우에 이를 흠결한 경우 취소사유로 보았다.

5) 다른 행정기관의 협력을 결한 행위   다른 행정기관의 협력을 요하는 경우 다른 기관의 의결이나 승인 또는 동의 등과 같이 행정청의 결정이 다른 기관의 의사결정에 기속되는 경우가 아닌 단순히 협의하거나 자문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러한 협의나 자문을 거치지 않은 것은 절차의 하자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도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내금지행위및시설해제신청거부처분취소 사건에서 “금지행위 및 시설의 해제 여부에 관한 행정처분을 하면서 절차상 위와 같은 심의를 누락한 흠이 있다면 그와 같은 흠을 가리켜 위 행정처분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거나 경미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행정처분을 위법하게 하는 취소사유가 된다(대판 2007.3.15, 2006두15806)”라고 판시하였다.

Ⅲ. 하자의 치유

1. 치유의 의의

절차상 하자의 치유란 행정행위가 발령 당시에 적법요건의 하나인 절차요건에 흠결이 있었으나 그 흠결을 사후에 보완하면, 적법한 행위로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절차상 하자의 치유는 행정의 법률적합성과 국민의 법생활의 안정과 신뢰보호의 조화를 위한 것이다(판례). 아울러 불필요한 행정행위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2. 절차상 하자의 치유 가능성과 치유시기

(1) 문제점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 사후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하자가 치유되는지 여부와 치유가 긍정된다면 언제까지 하자를 추완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다만, 무효인 행정행위는 처음부터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하자가 취소사유인 경우에 한정된 논의이다. 

(2) 하자의 치유 가능성

1) 학설

긍정설 : 경미한 절차상 하자의 경우 무용한 행정행위의 반복의 방지, 법적 안정성의 보장, 공공복리의 도모 등을 이유로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자는 견해이다.

제한적 긍정설 : 일정한 제한 하에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사후에 흠결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허용되더라도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방해받지 않고, 오히려 행정의 능률적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이라면 하자의 치유를 긍정하는 입장이다.

부정설 : 행정절차의 독자적 의미를 강조하여 하자의 치유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게 되면 당해 절차가 가지는 의의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2) 판례 대법원은 “하자 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나 전환은 행정행위의 성질이나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지만, 행정행위의 무용한 반복을 피하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이를 허용하는 때에도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대판 1983.7.26, 82누420)”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지 않으나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자치유를 인정하고 있다.

3) 검토   긍정설을 행정절차의 독자성을 무시한 점에서, 부정설은 행정경제를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 부당하므로 양자의 단점을 보완한 제한적 긍정설이 타당하다.

(3) 하자의 치유시기

1) 문제점   절차상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하자의 치유가 어느 시점까지 가능한지가 문제된다.

2) 학설   이 문제에 대하여 학설은 ①쟁송제기 이전에만 가능하다는 견해(쟁송제기이전시설) ②행정소송제기 이전까지만 가능하다는 견해 ③행정소송종료 전까지 가능하다는 견해(쟁송종결시설)로 나뉘고 있다.

3) 판례   대법원은 치유를 허용하려면 적어도 처분에 대한 ‘불복여부의 결정 및 불복신청에 편의를 줄 수 있는 상당한 기간’내에 하여야 할 것이다(대판 1983.7.26, 82누420)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대해 행정심판도 불복절차의 한 종류이므로 하자의 추완이나 보완은 행정심판(행정쟁송)의 제기 이전에 가능하다는 입장(쟁송제기이전시설)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4) 검토   생각건대, 행정소송제기 이전 또는 행정소송종료 전까지 하자의 치유가 인정된다면 이유부기의 기능 중 행정쟁송편의기능이 무시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자주적 시정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국민의 신속한 권리구제의 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행정쟁송제기 이전까지 가능하다는 견해가 타당하다.

(4) 효과

행정행위의 절차상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게 되면, 하자의 치유로 인해 절차상 위법은 제거되고, 행정행위는 적법한 것으로 간주된다. 치유의 효과는 소급적이므로 처음부터 적법한 행위와 같은 효과를 가진다.

Ⅳ. 절차상 하자와 반복금지효

1. 문제의 소재 

행정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취소판결이 선고되면, 처분청은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새로이 처분을 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3항). 이때 처분청이 절차상 위법사유를 보완하여 다시 동일한 처분을 할 경우 판결의 기속력의 내용을 이루는 반복금지효(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에 반하지 않는지가 문제이다.

2. 취소판결의 기속력의 의미

확정판결의 기속력이란 행정청에 대해 처분이 위법이라는 판결의 내용을 존중하여 그 사건에 대해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지우는 것을 말한다. 기속력은 반복금지효와 재처분의무를 그 내용으로 한다. 반복금지효는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행정청이 동일한 사실관계 아래서 동일한 당사자에게 동일한 처분 등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며(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이에 반하는 처분은 당연무효가 된다.

3. 반복금지효 위배 여부

통설과 판례는 이 경우 판결의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 확정판결에 적시된 위법사유를 보완하여 행한 새로운 처분은 확정판결에 의해 취소된 이전의 처분과는 별개의 처분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취득세부과처분취소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그 위법사유를 보완하여 다시 새로운 과세처분을 할 수 있고 그 새로운 과세처분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취소된 종전의 과세처분과는 별개의 처분이라 할 것이어서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다(대판 1987.2.10, 86누91)”라고 판시하였다.


Ⅴ. 절차의 하자와 국가배상

통설에 의하면 취소소송에서는 절차의 하자만을 이유로 취소판결이 내려질 수 있지만, 국가배상소송에서는 통상 실체법상의 위법이 인정되어야만 국가배상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절차상 위법하지만 실체법상으로는 적법한 경우에는 통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판례는 절차적 위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바로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행위의 위반내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교도소장이 아닌 일반교도관 등에 의하여 징벌내용이 고지되어 당해 징벌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다툰 사건에서 “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벌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판 2004.12.9, 2003다50184)”라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