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보다 중요한 증시변수(모셔온 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코스피2000선을 전후로 국내 증시가 차익매물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최근 2거래일 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000억원 이상 순매도 했다. 이는 2월12일 이후 최대규모다. 기관들의 매도세는 다소 둔화됐으나 시장 전반적으로는 뚜렷한 수급 주체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수급여건 때문에 증시가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글로벌 유동성 환경은 여전히 위험 자산에 우호적이고, 주요국 경제지표도 시장예상치를 상회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나타난 외국인의 순매도는 차익 실현의 성격이 강하고, 코스피는 속도 조절 국면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의 판단이다.
고 연구원은 "2월 중순 이후, 시장의 반등을 이끈 핵심 동력은 예상치를 상회한 주요국의 정책과 그에 따른 유동성 환경의 개선"이라며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글로벌 유동성 환경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인상 정책에 대한 완화적인 발언 이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실질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캐리 트레이드 대상인 호주 달러도 최근 전고점을 재차 돌파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유동성 환경이 오히려 개선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글로벌 주식형 펀드 역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선진국 글로벌 에쿼티 펀드로 6억8000만 달러가 유입됐고 글로벌 에너지 에쿼티 펀드로는 4억2000만 달러가 유입됐다. 절대적인 순유입 규모는 전주 대비 둔화됐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피 2000을 넘은 국내 증시가 조정을 거치는 것은 추세전환 보다는 차익매물이 더해진 기간조정으로 해석하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증시의 강세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악재보다는 호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제유가의 등락에 대한 반응도는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둔감해졌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의 양상이 그랬다. 국제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경기지표 호조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나란히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3.04포인트(0.63%) 상승한 2072.78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 역시 107.66포인트(0.61%) 오른 1만7792.75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44.69포인트(0.92%) 상승한 4914.54로 거래를 마쳤다.
S&P500과 다우 지수는 이번 주에 각각 1.8%와 1.6% 상승했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3% 넘게 오르며 6주 만에 최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55달러(4%) 급락한 36.7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15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WTI 가격은 이번 주에만 6.8% 하락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산유량을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이 회복될 때까지 산유량 동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를 감안하면 사우디가 산유량 동결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증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국제유가가 상당폭 하락했음에도 증시가 오히려 오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은 이제 시장에서 주목하는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보다는 오히려 각종 경제지표나 기업들의 실적이 주된 이슈가 됐고, 대부분 수치는 좋은 편이다.
제조업 지표는 3개월 연속 개선되면서 6개월 만에 경기 확장 국면에 재진입했다. 제조업을 압박하던 달러 강세가 한 풀 꺾이면서 신규주문과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 3월 미국의 제조업지수는 51.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49.5는 물론 전문가 예상치 50.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51.5에서 58.3으로 6.8포인트 높아졌고, 생산지수도 55.3으로 2.5포인트 올랐다. 반면 고용지수는 48.1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는 49.5였다. 지불가격지수는 51.5로 13.0포인트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42.0으로 오를 걸로 예상했었다.
소비심리 역시 기대보다 좋았다. 미시간대학과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미국의 3월 소비심리지수는 91.0으로 잠정치(90.0)보다 1.0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전월 최종치(91.7)보다는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90.5를 기록할 걸로 예상했었다.
이처럼 미국, 유럽, 신흥국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가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 각국 펀더멘탈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펀데먼털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호적인 글로벌 유동성 환경과 더불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는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주식 시장이 하락반전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내 증시만 놓고 본다면 지수는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적개선 업종이나 낙폭과대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업종은 이번 반등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건강관리, 필수소비재, 보험, 화장품, 의류 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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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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